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9

생활의 철학

by 송필경

우산 없는 날의 철학


비가 오기 전,

하늘은 이미 꽉 차 있었다.

곧 울 것처럼 우중충한 기색.


가방 속을 더듬는다.

고장난 우산 하나 나온다.


분명 자주 샀다.

그런데 왜

매번 없을까, 우산은.


편의점 앞에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만 본다.


바람이 확, 분다.

비를 몰고 온다.


결정했다.

사지 말자.

잊고 싶은 기억들

이 빗물에 떠내려가라고.


한참을 걷다,

비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내렸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샀어도

다 젖었겠네…”


집에 도착해

샤워하고, TV를 켰다.


날씨 소식이 들려온다.

“내일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습니다.”


아.

우산이 없는데.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