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22

후회시 허무면 어떡하리

by 송필경


길게 늘어선 카트의 행렬.

삑— 다음 삑—

순서가 삶처럼 흘러간다.


옆줄이 조금 더 빨리 풀릴 것 같고,

내 줄이 먼저 닿을 것 같기도 하다.


급하지 않은 마음에도

앞서고 싶은 마음이 번진다.


결정한다.

옆줄로.


그러나 기름 낀 혈관처럼

내가 선 흐름은 느려지고,

원래 서 있던 길은

고속도로처럼 멀리 뻗어간다.


다시 돌아갈까.

이미 늦어진 선택,

카트는 밀려오며 나를 바라본다.


삶의 줄도 이렇다.

선 자리가 옳았는지

알 수 없는 채로,

다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