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21

가족이란 이름으로

by 송필경

저기에 그거


“저기에
그거 좀 가져와.”
아내의 미션이다.

‘저기’라면
가까울 리 없고,
‘그거’라면
지금 손톱을 보는 걸 보니
손톱깎이 같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출발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장님이 되었고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아내의 채근이 시작된다.
그럴수록
내 손은
냉장고 야채칸을 뒤지듯
차갑고 무감각해진다.

아내가 온다.
그리고
1초 만에 찾는다.

“그것도 못 찾아?”

그래도 나는,
암호 해독에
성공했다.

저기에 그거 = 손톱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