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의 사유

일상 관찰과 사유

by 송필경

한 모금, 뜨겁다.

입술을 스치며 깨닫는다.
오늘 하루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잔을 기울이면 커피가 먼저 다가온다.

혀끝 쓴맛이 인생처럼 스친다.

쓴 기운 속,
예상치 못한 향이 번진다.

회색 정장들이 신호등 앞에 멈추고
버스가 지나갈 때
비 내린 아스팔트 냄새가 잔 속으로 스며든다.

이것이 내가 속한 세상이다.


카페 안, 표정마다 이야기가 있다.
웃음, 한숨, 지친 눈빛.
커피를 다르게 마셔도
그 순간, 모두가 같은 숨을 쉰다.


나는 한 모금에
오늘을 삼키고,
또 한 모금에 세상을 들이킨다.


무게는 언제나
잔 아래 가라앉아 있다.


잔을 내려놓는다.

향은 흩어지고,
잔 속 흔적은 모래결처럼 남아
오늘 마신 쓴맛과 달콤함,
사람들의 표정, 잿빛 도시의 공기까지
조용히 마음 한편에 스며든다.


오늘의 모든 순간이 작게 떨리며,
내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