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흘러가지만 남긴이야기
물은 담길 틈을 찾는다
모양을 바꾸고
공간을 채우고 싶다
그러나 컵은 이미 찼다
그래서 물은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계단 위는 끝이 보이지 않고
텅 빈 의자가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기다린다
그 의자는 누군가에게 이미 예약되어 있다
손을 뻗어도
손끝만 차갑게 스치고 지나간다
지원서는 쌓여가지만
자리는 늘 부족하다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나는 공허한 손짓만 남긴 채
흘러가는 면접과
결과 통보 사이에서 서 있다
물은 모양을 바꾸려 애쓰지만
자리 없는 공간 속에서 흩어지고
흘러가는 지원자와
멈춰선 채용 절차 사이에는
닿을 수 없는 길이 남는다
모든 것이 흘러가는데
흘러야 하는 것은 멈추고
멈춰야 할 것은 흘러간다
세상은 지원자와 회사 사이에서
숨을 고르며
스스로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