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그리고 단단한 마음
새 학년은 매일 작은 전쟁터였다.
아이들의 시선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심장을 파고들었고, 말들은 바람 속 날카로운 돌멩이처럼 끊임없이
날아왔다. 두 번의 상처로 인해 앞니가 부러진 채, 굳게 닫혀버린 내 웃음은 더 이상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피어나지 못했다.
나는 차가워진 시선 속에서 그 웃음을 숨기고,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세상의 폭풍우를 마주했다.
엄마는 그 모든 아픔을 알고 있었지만, 내게 말하지 않았다.
큰소리로 혼내거나, 아픔을 꾸짖지 않았다.
묵묵한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힘을 건넸다.
가슴으로 전해진 말없는 목소리
"숨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렴."
그 따스하고도 단단한 지지가 내 작은 심장 속에 어느새 견고한 방을 만들었다.
그 방 안에서, 나는 학교라는 거친 숲을 헤치며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버텨내는 법을 배웠다.
세상은 여전히 낯설고 차가웠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 날, 엄마가 학교 참관 수업에 오셨다.
나는 어린 마음에 차마 담지 못할 엉뚱한 말을 툭 내뱉었다.
"엄마 대신 젊고 예쁜 이모가 왔으면 좋겠어요."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초라하고 부족해 보이는 나 자신을 감추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엄마도 세상 앞에서 조금 더 빛나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뒤섞여 있었던 것 같다.
엄마는 그저 작은 빈웃음을 지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그 빈웃음은, 뼈아픈 불효를 저지른 내게 끝없는 관대함과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을
동시에 선사했다는 것을.
비 오는 날이면 엄마는 늘 우산도 없이 나를 마중 나왔다.
학교 앞, 빗물에 젖어 반짝이는 골목길에서 내 손을 맞잡았다.
함께 떡볶이를 나눠 먹었고,
여동생과 몰래 들어갔던 낯선 양식집에서 비싸다고 투덜대던 돈가스 대신 기어이 비후까스를 사주던 엄마.
작고 사소했던 그 모든 순간들은 내 안에 쌓여 세상 어느 보물보다도 빛나는 기억이 되었다.
나는 조금씩, 천천히 깨달아갔다.
앞니 하나가 부러지고, 아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온몸을 파고들어도,
내 안에는 이제 작은 방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방 안에는 엄마의 말 없는 손길과
흔들림 없는 눈빛이 항상 있었다는 것을.
그 방 안에서 나는 기꺼이 버티었고,
그 방 안에서 나는 깨어진 웃음 조각들을 조금씩 다시 주워 맞췄다.
세상은 늘 빠르게 흘러가고, 때로는 차갑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흔들림 없이 언제나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엄마는 말없이, 그러나 너무나 확실하게 내 안의 깊은 두려움과 초라함을 온몸으로 감싸주었다.
나는 이제 그 묵묵한 사랑의 힘을 믿는다.
이제 나는 안다. 느린 걸음이 때로는 가장 단단한 속도임을.
세상에 홀로 선 것처럼 느껴졌던 그 시절에도, 나는 이미 사랑으로 충만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