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상처, 굳게 닫힌 웃음
교실의 공기에는 낯선 분필 가루가 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 낯선 공기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칠판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글씨는 내 느린 걸음보다 훨씬 빠르게, 내 눈보다 앞서 나갔다.
초등학교 1학년.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에 나는 정식으로 들어선 아이였다.
그러나 늘 그랬듯, 한 박자 늦은 발걸음은 그 낯선 세계 속에서도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그해 봄, 학교에서는 공병 모으기 행사가 한창이었다.아이들은 저마다 빈 병을 들고 신이 나 뛰어다녔고,
나도 두 손 가득 병을 안고 골목길을 걸었다.
발끝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전까지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땅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이내, 내 손바닥은 뜨겁게 찢어졌다.
피가 번지는 손보다 선명하게 기억에 박힌 건, 병원에서 내 작은 손을 붙잡고 있던 엄마의 표정이었다.
아픈 건 분명 나였는데, 사과하는 건, 울고 있는 건, 왜 엄마였을까.
“괜찮다. 엄마가 잘못했다.”
어린 나는 그 말의 뜻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눈물이 가득한 엄마를 끌어안았다.
내 손의 상처보다 더 깊었던 엄마의 미안함이, 아주 어렴풋이, 내 어린 가슴에 흔적처럼 새겨졌다.
그러나 상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 골목 모퉁이에서 거칠게 달려오던 오토바이와 부딪혔다.
순간 몸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고, 갓 돋아나던 작고 여린 앞니는 산산이 부러졌다.
앞니 하나가 텅 비어 사라진 얼굴은 숨길 수 없는, 잔인한 낙인이 되었다.
친구들은 더 이상 순수한 웃음을 던져주지 않았다.
대신 내 부서진 웃음을 비웃었고, 이빨빠진 깔가지라며 놀려 되기 시작했다.
내 일그러진 얼굴을 놀림의 대상으로 삼았다.
나는 그 후로 점점 웃음을 감추었다.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던 외향적인 성격은 딱딱하게 굳어져 내면의 벽 안으로 숨어들었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갔지만, 나는 그 속에서 조용히, 한없이 작아져 갔다.
그날 병원에서, 내 손을 잡아주던 엄마의 손은 유난히 차갑고 떨렸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의 뜨거운 눈물이 내 얼굴 위로 툭, 하고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어린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울고 있는 건, 온전히 슬퍼하는 건, 역시 엄마였다.
그 순간, 나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더 거대한 감정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것은 바로 미안함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사람은, 피 흘리며 울고 있던 나 자신이 아니라, 그런 나를 차마 바라보던
엄마였다는 것을. 그때의 어린 나는 몰랐다.
그날의 뜨거운 눈물은 내게 흉터보다 더 깊고 오래 가는 그림자를 남겼다.
앞니의 빈자리만큼이나 선명하게 내 안의 천진한 웃음을 지워버린 잔혹한 그림자였다.
그 후로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마음껏 웃지 못했다.
한없이 바깥을 향하던 성격은 어느새 천천히, 안쪽으로 접혀 들어갔다.
내가 웃음을 잃어버린 순간, 세상 역시 내게 등을 돌린 듯 보였다.
그러나 이제야 나는 비로소 알겠다.
그 날 엄마의 뜨거운 눈물이 내게 남긴 건, 단순한 흉터나 감춰진 웃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엄마가 내 상처를 대신 짊어진 가장 깊은 증거였다.
내가 입을 굳게 닫고 세상에서 숨으려 할 때에도, 엄마는 끝내 내 곁에서,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혼자 짊어졌다고 생각했던 그 고통조차, 사랑으로 함께 짊어져준 어머니의 존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