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강변살자 17화

불효자의 고백

by 송필경

그 약한 엄마의 모습 모든 것을 홀로 감내해야 한다는 고립감은 나를 갉아먹었다.

매일 밤낮으로 엄마의 곁을 지키며 약해져가는 그녀의 숨소리를 세는 동안, 내 어깨를 짓누르던 책임감과

자책감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있었다. 의사의 마지막 통보 이후, '호스피스'라는 단어는 나에게 죽음을

향한 '포기'이자 감히 저지를 수 없는 '불효'로 낙인 찍혔다. 나는 악착같이 고개를 저으며 엄마를 병실에

붙잡아 두었지만, 그 고집은 결국 나 자신을 죄어오는 족쇄가 되었다. 엄마의 고통이 커져갈수록 나의 카드는 밑바닥을 보였고, 나는 이미 갚을 수도 없는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날 밤, 회식 자리였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고,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빠는 잠시 자리를 비운 터라 병실엔 나와 엄마 단둘뿐이었다. 마약성 진통제 탓이었을까.

엄마는 깊은 잠에 빠져든 듯 보였다. 희미한 병실 조명 아래, 야위어가는 엄마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나의 머릿속에는 오직 고통과 피로만이 가득했다. 나의 영혼은 이미 산산조각 난 채, 더 이상 아무것도 감당할 수 없다고 절규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 침대 곁에 바짝 붙였다. 술기운 탓이었는지, 그날의 피로 탓이었는지,

내 안의 모든 억압과 고통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 의식이 없는 엄마에게, 나약한 한 인간의 바닥을 여과

없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내뱉어서는 안 될 말들이 터져 나왔다.

“엄마... 이제 그만... 편히 가.”

내 목소리는 스스로에게조차 낯선 목소리였다. 간절했지만 처절했고, 비겁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엄마는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나는... 나도 이제는 너무 힘들다고…” 차마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볼 수 없어 시선을 바닥에 박은 채, 나는 이성의 끈을 놓았다.

“난... 엄마 아들로 태어난 게... 너무 괴로워…”

나는 마치 모든 지옥을 견뎌낸 사람처럼 엉망으로 흐느꼈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죄책감과 절망, 무능함에 대한 자책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잠든 줄 알았던

엄마에게 나의 이기적인 한탄을 쏟아내고 나니, 순간 내 몸을 짓누르던 모든 압박이 사라지는 듯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던 그 미쳐버릴 것 같던 절망이 아주 잠시나마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나는 담배라도 한대 피워 물어야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병실을 나섰다. 잠시라도

이 끔찍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얼마 후, 담배연기와 함께 혼란스러운 감정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였다.

희미한 조명 아래, 엄마는 여전히 누워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희미한 병실 불빛을 반사하며, 엄마의 눈가에는 굵은 물방울이 두 줄기 뚜렷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나의 모든 감각이 마비되고, 심장이 발밑으로 쿵 떨어져 내렸다.

엄마는 잠든 게 아니었다. 나의 모든 비겁한 말을... 엄마는 다 듣고 계셨던 것이다. 마약성 진통제에 취한 채, 자신의 아들이 내뱉은 지옥 같은 비명과 원망을... 엄마는 고스란히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차마 엄마의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다.

목구멍에 죄책감이라는 거대한 바위가 박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온몸에 전율처럼 퍼지는 깨달음 속에서, 나는 그제야 나의 가장 깊은 심연을 마주했다.

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불효자였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그날 밤의 침묵 속에서 흘러내린 엄마의 눈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지독한 흉터로 내 가슴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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