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강변살자 최종화

나비의 속삭임

by 송필경

엄마와의 이별은 차가운 중환자실의 기계음과 아빠의 찢어지는 절규 속에서 끝이 났다.

그날 이후, 나의 시간은 산산조각 났다.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굴러갔지만,

내 세상의 심장은 영원히 멈춰버린 듯했다. 며칠 밤낮으로 장례를 치렀다. 조문객들은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그 어떤 말도 내 안의 공허함을 채울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모든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엄마는 이제 정말 먼 곳으로 떠났고, 그녀가 없는 세상은 이토록 낯설고 비루했다.

모든 절차가 끝난 후, 세상은 나를 다시 혼자 남겨두었다. 나는 어쩌면 내가 마지막으로 진심을 토해냈던

그 공간을 찾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운전했는지도 모른 채 도착한 곳은 엄마와 아빠랑 같이 약초를 찾아왔던, 그 이름 모를 강변이었다.

그때 엄마가 이곳을 보며 "참 좋네. 강이 좋구나. 마음이 풍요롭다"고 말씀하셨던 그 자리. 하얀 벽돌집을

지어주겠다고 허황된 약속을 뱉었던 그 자리였다. 풀벌레 소리만이 나를 맞았다.

강물은 여전히 유유히 흘러갔지만, 내 안의 모든 것은 멈춰버린 듯했다.

강가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의 지친 눈은 멈춤 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한없이 먼 곳을 응시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은 내 머리칼을 흐트러뜨렸고, 마치 나의 무너진 영혼을 다독이는 듯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 차가운 강물을 향해, 마치 잃어버린 아이가 엄마를 찾듯 나지막이 불러 보았다.

"엄마..."

그 순간이었다. 때 아닌 한 마리 나비가 바람결에 흔들리며 내 옷깃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새하얀 날개를 가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나비였다. 믿을 수 없었다. 내 세상이 무너진 순간, 내 앞에 나타난 작은 생명체. 그 나비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움직임 없이 내 옷깃에 머물렀다. 나비의 여린 날개가 내 피부에 닿는 촉감, 그것은 기적처럼 따스했다.

문득, 그날 밤 병원 복도에서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이, 그리고 엄마가 나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던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들아, 나중에 엄마가 죽으면 말이야, 엄마는 나비가 될 거야. 훨훨 날아다니다가 네 옆에 살포시 앉을게.

그럼 네 옆에 있는 게 엄만 줄 알면 돼."

엄마였다. 나의 눈은 뜨거운 눈물로 시야가 흐려졌지만, 내 옷깃에 앉은 나비가 엄마임을 온몸으로 느꼈다.

지켜주지 못한 강변의 약속, 무능함과 어리석음에 갇혀 절규했던 나의 못난 고백, 그 모든 불효를 너그러이

감싸 안아주는 듯한 따스한 위로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나비를 쓰다듬으려다 멈췄다.

혹시라도 날아갈까 봐, 이 소중한 순간마저 놓쳐버릴까 봐.

나는 나지막이, 그리고 진심을 다해 속삭였다.
"엄마... 엄마야, 강변 살자..."
끝내 지켜주지 못했던 약속을 그 나비에게 바치듯 말했다.

"그리고... 너무 미안해. 정말... 사랑해."

나의 고백이 끝나자, 나비는 기다렸다는 듯 여린 날개를 푸드덕거렸다. 마치 나의 말을 들었다는 듯,

나의 모든 슬픔과 후회를 싣고 훨훨 하늘로 날아올랐다. 멀리 강물 위로, 푸른 하늘 위로,

그 나비는 자유롭게 날아갔다. 내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마지막 희망의 조각처럼.

멈춰버린 강물 같았던 나의 세상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다시 희미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안다.

엄마는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나비가 되어 나의 세상에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엄마가 떠난 강변은 더 이상 슬픔의 장소가 아니었다. 나비의 속삭임이 닿는, 엄마와 나만의 영원한 강변 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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