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독주까지 (잔인한 파동)

1화

by 송필경

잔인한 파동


아무도 닿지 않는

강심(江心),

검은 수면 위

나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희미한 기억의 잔해 속에서

나의 흔적조차

망각되기를,

지워지기를 염원했는가.


별조차 너무 밝아

온몸 웅크려 숨던 나날,

그리하여 세상으로부터

영영 소멸하기를 바랐건만.


회피의 교활한 기술은

내 발목의 쇠사슬을 풀고

덧없는 자유를 가장했다.


무심한 듯

검은 수면을 한 손가락으로 가른다.

고요를 찢는 미세한 균열,

급기야 파동이 번져간다.


흐르는 물결은

망각된 줄 알았던 기억,

스스로 쇠사슬을 엮어

다시 나를 옥죄어 온다.


심해의 나락으로

거스를 수 없는 침잠.


아,

잔인한 나의 메아리


이전 01화심연에서 독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