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가슴 깊은 곳, 또아리 튼 산자락.
그 바람의 어귀에서 나는 오른다.
발끝마다 아우성치는 그림자,
저수지 속 오랜 비의 기억처럼 나 또한 잠긴다.
떨어지면 오르던 날은 지나,
이젠 쓰러지면 끝내 무너진다.
머리 위 설빛이 서걱이며 내려앉을 때,
F=ma,중력은 절망처럼 내 의지를 훑는다.
어둠이 삼킨 자갈밭 위,
갈라진 틈새로 뿌리내리는 희망.
작고 여린 날갯짓 하나,
거친 운명 앞에서 꿈틀대는 미약한 외침.
돌처럼 가라앉은 마음 속에서도
어디선가 바람이 피어나
한 줌의 숨을 힘겹게 밀어올린다.
그 숨결마다 파스스 부서지는 어제,
간신히 움켜쥔 새벽빛 한 조각.
무릎 꺾인 채 다시 일어서는 기적,
누군가는 모를 나만의 투쟁의 기록.
그 작은 숨이
무너짐의 법칙을 끝내 거스른다.
오늘도 나는,
이름 모를 솟아남의 이유로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다.
그리고 저 하늘 어딘가,
나를 꿰뚫는 별빛을 믿는다.
쓰러져도 스러지지 않는 생의 의미를
온몸으로 증명하듯 다시 한 걸음, 발을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