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독주까지(독주(獨奏))

19화

by 송필경

독주 (獨奏)


세상은 쓰리다.
온몸 스민 비명.
가슴을 열자,
굶주린 고독만 날아든다.

편협한 운동장,
기울어진 세월 한가운데,
나는 기어이
벼랑 끝에 선다.

군중,
내 이름 끝내 호명되지 않았으나
그 처절한 부재가 나의 울림 악보였다.

이력서 끝,
영원히 비어 있던 칸.
엇나간 발자국,
역설적 나의 자리.

낡은 활자 기록은
먹물 비린 연대와
기름 번들 탐욕의 역사뿐.
그러나 나는
나만의 율려(律呂)를 쓴다.

나는 홀로
그 언어의 칼날 위에 선 채
나의 행로를 개척한다.

광야,
바람조차 숨 죽인 불모.
갈라진 땅 틈,
꽃 한 송이—
절대 고독 속 피어난 생의 찬란함,
홀로 완성한 독주(獨奏).

내 음이 공기를 가르고
세상의 고요가 흔들릴 때,
결국 이 세계를 흔든다.
아무도 닿지 못한
미증유의 고양(高揚) 속에서,
세상의 비난조차
나만의 리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