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에서 독주까지(심장의 시야)

18화

by 송필경

심장의 시야


눈으로 닿는 이 끝이
정녕, 실상의 전부이던가.

나는 침묵의 저편에서
아득한 음률을 길어 올린다.

한 장의 종이로
서사의 바닥을 잴 수 있으랴.
바늘잎 하나로
천년의 숲을 읽을 수 있으랴.

살갗을 스치는 물결은
찰나의 비명만 전할 뿐,
본연의 갈증, 어찌 해갈하랴.


내리는 빗소리조차
닿지 않는 눈빛으로
허둥대는 시선이 헤아린다.

어깨 위 얹힌 바람,
흐느끼던 영혼들의
마른 숨골 데워 오는 듯해도—

묵은 페이지마다
숨 쉬는 눈물의 그림자
안개처럼 시야를 물들인다.

허나,
저 안쪽—
미지의 풍경은
스스로 결코 빗장 내린 적 없어라.


하여 나는,
허공을 더듬는 맹인처럼
눈감은 심장으로 묻는다.

기억조차 닿지 못할
영원의 서쪽 끝,
그곳은 대체
어떤 빛으로 울리는가.

시야는,
끝내 헤아려지지 않는
무한의 책.
삶의 뿌리 깊은 음계가
고요히 스스로 되묻는다.


나는,
여전히—
책장을 넘기는 바람,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심장 속에서
영원을 더듬어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