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침묵하는 구름나무, 바람마저 숨죽인 그늘 아래,
세상의 무게에 눌려 잊힌 속울음이
바닥을 뚫고, 뿌리처럼 굳건히 솟아오른다.
모든 소음이 잠든 고요의 심연,
무채색 시간의 틈마다 새겨진 메아리—
비로소 존재의 그림자처럼 선명해진다.
투명한 샘 위, 잉크 번지듯 스며드는 어둠.
서늘한 기류가 살결을 훑고 지나가며
기억의 가장자리마다 미세한 떨림을 남긴다.
희미한 고뇌와 오래된 슬픔의 잔해들이
이름 모를 앙금이 되어
심장 깊은 침묵 아래로 묵묵히 가라앉는다.
물빛은 시간의 무게를 머금고 흐려지며,
잊으려 애쓴 모든 풍경을 포용한다.
하늘 저편, 아픔을 삼켜 푸르게 번진 수평선.
그 푸름은 눈물의 염분을 머금은 채
고요한 바다로, 넓은 이해로 번져간다.
가슴 저민 번뇌의 숨결을 바람에 실어 보내며,
답 없는 질문들은 길 잃은 등불이 되어
물결 위를 미련 없이 흘러간다.
저 멀리, 아득한 파문 속으로 스며 사라진다.
눈 감으니— 내 안의 우주가 열리고,
차가운 시선과 잔혹한 시간의 무게가
허무의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 침묵을 뚫고,
오직 빛 하나.
적멸의 춤을 추며 고요히 흔들린다.
사랑 한 스푼, 존재의 이유가 된 이름.
기억 한 스푼, 시간의 옷자락에 스민 향기.
지워지지 않는 추억의 맛 한 스푼—
그 모든 것이 샘의 본질이 되어
혼돈을 지나 정제된 진실처럼 반짝인다.
이윽고 시련과 인고를 견딘 마음의 샘은
새벽별처럼 맑아져
우주를 품는 무한한 지혜로 흐른다.
비로소 완성된—
사랑과 생명의 강물이 되어
우주의 심장처럼, 영원을 순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