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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10주년 팝업 행사

다녀왔습니다.

by 필경 송현준

가을빛 하늘 아래, 설렘을 안고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특별한 하루


금요일,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나의 아내는 연차를 내고, 딸아이는 어린이집을 과감히 째고 KTX에 몸을 실었다. VIP라는 이름표가 주는 작은 설렘이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명했다.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친구를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유스퀘어를 찾아 들어서자, 진행요원이 건넨 목걸이와 홍보물품이 이날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선물했다.


"수천만의 꿈, 위대한 여정 응원합니다."


서툰 악필로 남긴 축하 인사를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그곳엔 브런치의 역사가 펼쳐져 있었다. 방대한 기록들 앞에서 황홀함과 어지러움이 교차하는 순간, 작은 방에 들어가 후레쉬 불빛 아래 글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야구를 좋아하는 나는 LG팬인 '미친피디님'의 공간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속으로 "올해 우승은 한화"라고 조용히 외쳐보았다. 그 옆에는 놀랍게도 나의 글이 자리하고 있었다. 별뉘님, 안개별님, 별빛소정님의 명문장들을 차례로 음미하며 시간을 보냈다.

직원의 권유로 내 작품에 서명을 하는 순간, 아내와 아이 앞에서 당당한 아빠가 된 기분이 들었다. 위층으로 올라가 글쓰기 시간, 여러 쪽지 중 '사랑'이란 단어를 골라 펜을 들었다.


사랑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세상 전부를 꿰뚫는 가치로 가득한 숨결. 가슴 깊이 스미는 따스한 볕과 같아, 늘 그 자리에서 은은한 온기로 피어나는 꽃. 메마른 세상 가득히 영원 속에 채워지는 찬란함. 밤하늘의 별들이 수없이 빛나듯 서로의 가슴에 새겨지는
가장 오래된 이름 사랑.



나오는 길, 노트북이 있는 장소에서 사진 한 장 찍자는 권유를 받았지만 쑥스러움에 사양했다. 이제 다시 대전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가을 하늘 아래 특별했던 하루,

나만의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담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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