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도시는 저녁이면 거대한 사각의 숲을 세우고,
그 수천 개 창문마다 황금빛이 박힌다.
그러나 그 불빛은 언제나 서로의 방만을 덥힐 뿐
내 허기진 손끝에는 단 한 줄기 온기도 내려오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은 벽보다 먼저 나를 밀어냈고
나는 세상이라는 커다란 집에서 가장 바깥자리의 그림자로 서 있었다.
내가 바란 것은 화려함이 아니었다. 세상의 풍랑에 젖은 아내와 아이가 잠시 숨을 고를 작은 울타리, 바람이 들지 않는 조용한 품 하나면 족했다.
84제곱미터, 그 숫자는 종잇장처럼 얇지만
내겐 항구였고, 빛이 깃드는 새벽이었고,
아이가 첫 발을 떼고 아내가 창문을 여는 소리만으로 하루가 다시 태어나는 한 점의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보이지 않는 절벽의 얼굴로 다가왔다.
돈이라 불리는 냉정한 바위, 앞으로 디딜수록 더 멀어지는 정수리, 잡는 순간 사라지는 난간 같은 희망.
나는 매일 그 벽 앞에서 두 손을 텅 빈 공기 속에 넣은 채
다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럼에도 내가 멈추지 않는 것은 내 안의 스산한 골목 어딘가에 아내와 아이의 웃음이 작은 집처럼 깃들어 있기를..
달려 지친 심장에 그 웃음은 등불 하나를 켜주고,
나는 그 불빛 속에서 오늘도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
저 수많은 불빛들 사이, 아직은 내 것이 아닌 단 하나의 창을 향해 나는 또다시 찬바람 속에 몸을 세운다.
언젠가 그 창에'우리의 숨과 온기가 머물게 되리라는
아주 작은 확신 하나로. 그리고 그 작은 확신이,
이 겨울을 버티게 하는 내 유일한 집이다.
어른이 된다는건 아직 나도 어려운 질문 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