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화장실에도, 잠깐 나갈 때에도 나는 핸드폰을 꼭 챙긴다.
없으면 왠지 마음이 허전하다.
손끝이 텅 빈 듯하고, 무언가를 놓친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스친다.
타인과의 연결이 잠시 끊어진 듯한 단절감도 함께이다.
예전엔 달랐다.
화장실 갈 때면 책이나 신문을 들고 가곤 했다.
짧은 글귀 하나, 웃긴 만화 한 장, 손끝에서 스쳐가는 종이의 촉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핸드폰이 없으면 조금 불안하다.
누군가 연락을 보내거나, 갑자기 필요한 정보가 올까 봐,
손이 허전한 순간마다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손 안의 작은 화면이 내 하루의 연결 고리이자,
마음의 안전벨트처럼 느껴진다.
짧게 확인한 뉴스, 친구의 메시지, 오늘의 날씨,
모두 스쳐 지나가고,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잠시 다른 세계에 머물렀다가, 현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우린 이미 달라졌다.
손에 쥔 화면이 웃음 한 조각, 정보 한 조각, 안정 한 조각을 준다.
편리하지만, 동시에 조금 씁쓸하다.
이 믿음이 진정 나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걸까,
혹은 단지 익숙함에 몸을 맡기게 만드는 걸까,
잠깐 스치듯 마음 한 편에서 묻는다.
화장실 문을 닫고 돌아서며,
손은 여전히 허전하지 않다.
이제 나는 손 안의 세상을 조금 더 믿고 살아간다.
믿음과 불안 사이, 아주 미세한 균형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