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나는 학교 첫 시간,
선생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장래희망이 뭐니?"라는 말이 마치 숙제처럼 들리던 기억이 난다.
그 어린 날의 나는,
어떤 단어를 채워 넣어야 할지 몰라 그저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이름을 옮겨 적거나, TV 속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베껴 써내려갔던 것 같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만의 분명한 북극성을 정하고 그 길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가는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들의 확고한 눈빛과 거침없는 발걸음은 어린 나에게 경외심 그 자체였다.
어릴 때는 그것이 당연한 삶의 공식인 줄 알았다.
좋은 학교에 진학해야 하고, 번듯한 직업을 가져야 하며, 그 모든 것의 정점에 이것이 나의 장래희망이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하지만 시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 지금, 나는 깨닫는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쓸쓸한 깨달음 이후, 어른이 된 지금도 나의 장래희망 칸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광활한 여백을 마주 본다.
때로는 길을 잃은 듯 막막하고 허탈한 감정**이 밀려오지만, 동시에 그 어떤 그림으로든 채워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심장을 아련하게 흔드는, 묘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빈 공란'은 어디까지나 '빈 공란'이다.
그렇기에 어른의 무게를 짊어진 40대가 되어도, 더 많은 세월이 흐른 50대가 되어도 장래희망은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것은 단순히 사회적인 직업을 넘어, 망망대해 같은 삶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붙잡아 줄 굳건한 나침반과 같다.
그렇기에 지금 이 텅 빈 내 장래희망 칸 또한 언젠가는 나만의 빛으로 새겨질 별자리가 될 것이라는 흔들림 없는 믿음을 마음 깊이 심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