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틈의 보라빛

19화

by 송필경

출근길, 매일 밟고 지나치던 차가운 세상의 생채기.

갈라진 아스팔트 틈새에, 이름 모를 가냘픈 보랏빛 생명이 기어이 고개를 내밀어 있었다.

연약해 보이지만 거친 흙바닥에 뿌리 박아 굳건한, 그 작은 꽃잎들이 여명의 햇살을 받아 미세하게 반짝였다.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곳에서, 오직 자신에게 부여된 하루를 조용하고도 완벽하게 다해낸 듯한 모습이었다.


그 찰나의 꽃과의 조우속에서 나는 문득, 어제의 나, 그리고 오늘의 나 자신을 돌아본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출근길처럼, 내게 맡겨진 삶의 크고 작은 몫들을 과연 나는 성실히 감당하고 있는가.

혹은, 스스로를 믿는다는 오만과 헛된 변명으로 점철된 나태 속에 파묻혀, 저 꽃의 묵묵한 투지를 외면하고 초라한 변명 뒤로 숨어 있지는 않은가.

꽃은 텅 빈 손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나는 오늘도 수많은 욕망의 짐과 복잡한 마음을 끌어안고 위태롭게 걸어간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그 작은 꽃이, 어떤 언어로도 다 전할 수 없는 깊은 메시지를 침묵 속에 내 마음 깊숙이 스며들게 한다.

나도 언젠가, 나만의 빛과 색깔을 담은 꽃을 피워내고 싶다.

비록 눈에 띄지 않는 아스팔트 틈새일지라도 좋다. 그곳에서 피어난 은은한 향기로 누군가의 지친 하루에 아주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는 저 꽃처럼, 그 누구의 인정이 아닌, 오직 스스로에게 ‘잘살았다’고 고요히 고개 끄덕일 수 있는 하루를 완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도 출근길, 나는 그 작고 강인한 꽃을 지나며 마음 깊이 숨죽인 결심을 새긴다.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내가 서 있는 이 삶의 작은 틈새에서 기필코 나만의 꽃을 피워낼 단단한 하루를 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