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괜히 세상이 전부 나를 적대하는 것만 같고, 하루가 힘겨워 눈을 감는다.
TV 화면 속 옛날 광고가 흘러나온다.
지금 봐도 완벽한 카피, 영상미, 그때는 이해할 수 없던 작은 일상의 의미들까지 담겨 있다.
전기로 달리는 자동차, 손끝으로 조작하는 TV, 그 모든 장면이 미래를 미리 경험한 사람들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미래가 지금의 현실이 되었을 때, 삶은 여전히 수많은 물음표로 가득하다는 걸 깨닫는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한 미래는 아니었다는 아이러니를 마주한다.
젊은 배우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얼굴들.
화면 속 그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잠시 세상 걱정을 잊는다.
눈을 감으면, 어디선가 따뜻한 온기처럼 엄마가 TV를 끄고 밥 먹자고 부르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그 소리는 짧지만 마음을 포근히 감싸는, 어릴 적 기억 속 안도와 안락함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서 눈을 감고 상상한다.
티비를 보고있으면 밥먹자라는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잠시 어린 시절의 설렘 속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 그 익숙한 기억들..
어른이 된다는 건, 보고 싶은 걸 참고, 세상의 무게를 견디며 오늘을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순간 작은 위로를 느끼며, 잠시 숨을 내쉬고, 알 수 없는 안도와 웃음을 함께 삼킨다.
그리고 이 안도와 웃음이,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