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댄 괜찮으신가요?

14화

by 송필경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어둠 속 작은 거울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루 종일 스쳐간 장면들이 하나씩 겹쳐 보인다.

직장동료와 나눈 짧은 대화 속 뜻밖의 따뜻함,

커피 한 잔을 들고 홀로 걷던 골목의 평화로움, 엘리베이터에서 스친 눈빛의 잠깐의 친근함,

우연히 마주친 친구의 미소 속에 스며든 낯익은 안도감.

나는 잠시 고개를 들어 창문 속 얼굴을 바라본다. 피곤하지만 살아 있다는 증거가 거기 있다. 옆 칸 창문에도 비슷한 얼굴 하나가 어둠 속에 흐릿하게 떠 있다. 저이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이겠지.

“오늘도 잘 버텼네.”
혼자 중얼거려도 이상하지 않다.

하루를 끝까지 살아냈다는,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자기 인정이다.

사람들은 모두 손 안의 화면 속 세상에 집중하고 있다. 나만 잠시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창문 속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 순간,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본다.

흐름 속에서 내가 한 선택과 작은 움직임들을 스스로 마주하는 시간.

불현듯 내일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른다.

서류 몇 장, 출근길, 잠깐의 약속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기쁨이 있다. 딸아이를 위해 따뜻한 붕어빵을 사 들고 나갈 생각, 그 작은 준비가 마음속에 온기를 살짝 피워 올린다.

잠깐 눈을 감으면, 오늘 하루의 사소한 풍경들이 주르륵 스쳐간다. 고단하지만 의미 있었던 순간들, 내 마음 속에 남은 작은 안도와 평범한 기쁨. 어쩌면 이 평범함 속에서 나는 살아 있다는 걸 가장 실감하는지도 모른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해 문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 창문 속 내 모습도 흔들린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오늘 하루를 충분히 살아냈고, 내일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조용히 품는다.

오늘 하루를 살아낸 내 자신에게 건넨 작은 칭찬이, 내일도 그대로 이어질 것만 같다. 그리고 그 평범한 연속 속에서, 나는 다시 조금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