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만 보고

13화

by 송필경

유튜브 그리고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를 켜면
한동안 화면을 넘기기만 한다.
보고 싶은 게 없는 건 아닌데,
선뜻 재생 버튼을 누르기가 어렵다.

썸네일은 다 그럴듯하다.
몇 줄의 설명도 친절하다.
하지만 그걸로 두 시간을 맡기기엔
혹시 잘못 고르면
내 시간을 통째로 흘려보내게 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내 시간이 생각보다 비싸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썸네일만 보고 화면을 닫는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피곤할 때가 있다.
놓친 건 없는 것 같은데,
하나도 가지지 못한 기분이 남는다.

유튜브에서는 다르다.
요약된 설명과 압축된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끝을 보지 않아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이상하게도 작은 만족처럼 남는다.

그렇지만 뭔가 부족함은 남는다.

무언가를 깊게 보기보다는
놓치지 않으려는 쪽에 가깝다.
이야기를 고르기보다는
시간을 아끼는 선택을 한다.

예전에는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을 비워두고 기다리기도 했다.


불이 꺼진 극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순간들.
지금은 고르는 데에
그때보다 더 많은 마음이 든다.

재생하지 않은 영화들이 목록에 쌓이고,
나는 그 앞을 지나친다.
언젠가는 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쩌면
끝까지 보지 않는다는 건
싫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은 그만큼의 몰입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화면을 넘기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채 앱을 닫는다.
본 건 없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또 하나의 선택을 미뤄두었을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건 내 시간속에 의미를 단 한장의 사진으로 선택할 수 없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