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오후, 노란 우산

1화

by 송필경

눈이 소리 없이 쌓이던 오후였다.
횡단보도 앞, 노란 우산 하나가 조용히 흔들렸다.
아이는 눈발이 발끝에 닿는 게 신기한지
작고 둥근 발로 눈을 뽀득이며 길을 건넜다.
그 소리가 유난히 또렷해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게 됐다.

그때였다.
덤프트럭이 굉음을 내며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길가의 젖은 눈보라가 아이에게 그대로 쏟아졌다.
찬 기운과 얼음 섞인 눈이 아이의 작은 몸을 덮었고,
아이는 노란 우산 아래에서 조용히 웅크린 채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잠시, 거리 전체가 멈춘 듯했다.
사람들은 아이를 향해 한두 번 시선을 두었지만
끝내 다가가지 못했다.
차가운 눈으로 흠뻑 젖어 있던 건 아이였지만,
실은 마음이 더 빠르게 젖고 있는 건
그 아이를 보고만 있던 우리였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 깨달았다.
어떤 일들은 뛰어가야 보이지만,
또 어떤 순간들은
잠시 멈춰 서지 않으면 다가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 뒤 눈은 그쳤다.


그러나 노란 우산 아래서
젖은 옷깃을 여미던 아이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마음 한구석에
작은 한기로 스며들어 남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아마도
누구에게나 건네지 못한 한 장면을
조용히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간다는 뜻일까.


용기...그것은 작지만 사소한 것 이었다.

그날 이후로
눈 쌓인 길을 건너는 작은 그림자 하나에도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천천히,
오래 시선을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