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3화

by 송필경

회사 불이 하나 둘 꺼지던 저녁이었다.
복도 끝에 서 있는 기울어져 있는 사람 하나가 보였다.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서 손으로 눈가를 몇 번

쓰다듬던 그럴싸한 양복을 입은 직장인.

그는 여러 번, 아주 작은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쉬었다.
울음이 목 끝까지 차오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조용하고 절박한 호흡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하자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억지로 만들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눈가를 손바닥으로 한 번 훑고,
휴대폰 화면을 보는 척 했다.


그 짧은 몇 초 동안
어른은 어른답게 굴기 위한
모든 감정의 끈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지나가고 복도가 다시 조용해졌을 때
그는 벽에 기댄 채 얼마나 오래 서 있었을까.


나는 멀찍이서
그 뒷모습만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전에 있던 미생 같던 내 모습 같아서...


도와줄 수도 없고, 가까이 갈 수도 없는 거리.
어른들의 눈물은 늘 그 거리만큼의 고독을 가진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자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의 눈가엔 아직 반짝이는 것이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다들 하루를 버티고 있는 방식은
조용히 벽에 기대는 몇 초,
그리고 혼자서 지금 순간을 오롯이 느끼며 흐르는

몇 방울의 눈물사이로 보이는 깊은 숨 하나,

그리고 그 속에는 말로 표현 할수 없는 근심과 억울함들이 가득 담겨 있다는 걸.

그날 이후로
퇴근길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칠 때면
나는 자연스레 걸음을 늦춘다.


혹시 또,

그리고

누군가 또,
눈물 한 방울을 삼켜 내리고 있을까 봐.

그들에게 그 어른에 시간을 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