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던 날이었다.
병원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공기가 가슴 안쪽으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말이 오가긴 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무겁고, 닿는 곳마다 또렷했다.
차를 타고 나오다,
길가에 있던 보리밥집 앞에서 차를 세웠다.
늘 지나치던 곳이었다.
특별히 맛있다고 소문난 집도 아니었고, 일부러 찾아갈 만큼 유명한 곳도 아니었다.
그저 그 자리에 오래 있었고,
언제나 문이 열려 있던 집이었다.
우리는 들어갔다.
따뜻한 공기와 밥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이라 가게 안은 비교적 조용했고, 몇몇 테이블에만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메뉴판은 벽에 붙어 있었고, 반찬 통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너무 평범한 풍경이라 오히려 숨이 막혔다.
어머니를 보았는지, 아니면 창밖을 보고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말 대신 시선이 어디쯤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자리에 앉았는지, 앉으려다 말았는지도 흐릿하다. 메뉴를 봤는지, 물을 마셨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는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았고, 밥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잠시 후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계산할 것도, 남길 것도 없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날 우리는 보리밥집에 들어갔다가, 먹지 않고 나왔다.
그 이후로 그 집은 늘 거기 있었다.
차를 몰고 지나가며 보이면 괜히 울컥이 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신호에 걸려 멍하니 차안에서 바라보기도 했다. 그 앞에서는 늘 같은 감정이 멈춰 서 있었다.
그날, 먹지 못한 밥과 함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그 집은 그대로였다.
나는 여전히 그 앞을 지나쳤고, 여전히 들어가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시간 속으로 뒤늦게 들어갈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자리에 다른 간판이 걸렸다.
보리밥집은 사라지고, 내부는 리모델링이 되어 새로운 가게가 들어섰다.
유리창은 깨끗해졌고, 조명은 더 밝아졌다.
예전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한동안 그 앞을 바라봤다.
없어진 게 식당인지, 아니면 그날의 시간인지
잠시 헷갈렸다. 어쩌면 사라진 건 장소가 아니라,
끝내 함께하지 못한 한 끼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분명 그곳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먹지 않았고, 머물지 않았고,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장면들을 설명 없이 기억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왜 그랬는지 묻지 않고, 그렇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만 남겨두는 일.
오늘도 차를 몰다 그 자리를 지나친다.
이제는 다른 가게의 불이 켜져 있지만,
내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밥 냄새가 난다.
살아 있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누렸을,
너무 평범해서 더 잔인한 일상의 냄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문을 열고 나온다.
그날의 보리밥은 아직도,
먹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