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프로젝트

by 송필경


― K의 기록 중에서

정답은
시험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한 가지를 확신했다.

의심은 혼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기록이 필요하다.



K는 노트북에 폴더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파일 이름은 단순했다.

K_project_01

감정은 제외.
추측은 보류.
확인 가능한 사실만.

시험처럼.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었다.

특정 연도 계약직 → 무기계약 전환 비율 급증

해당 연도 자문위원 명단 일부 공개

위원 중 일부, 특정 기업 및 언론사와 연계


이건 결론이 아니었다.

단지 배열.

K는 배열을 믿는다.
배열은 거짓말을 덜 한다.

K는 과거 기사들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채용 특혜 의혹, 내부 감사 결과 문제 없음.”

“절차상 하자 발견되지 않아.”

문장은 늘 비슷했다.

문제가 없다는 발표는 늘 신속했고,
해명은 항상 간결했다.

그러나 통계는 말이 길었다.

그리고 그들의 마직막은 나오지 않았다.


K는 다른 사건들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특채 전형에서 특정 대학 출신 비율 급증

면접 점수 공개 거부 사례

전환 심사위원 명단 비공개 요청

각각은 작은 점이었다.

그러나 점이 늘어나자

모양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며칠 뒤,
S에게서 또 하나의 파일이 도착했다.

“출제위원 위촉 기준 일부입니다.”
“공개 자료입니다. 다만 연결은 직접 하셔야 합니다.”

파일에는

출제위원 선정 절차,
자문단 추천 방식,
외부 용역 계약 기준이 정리되어 있었다.

법에 이론대로 따진다면 엄연한 합법.
절차는 정돈되어 있었다.

그러나 K는 문장 사이를 읽기 시작했다.


추천권.
비공개 회의.
전문가 풀(pool) 운영.

풀은
항상 같은 물에서만 채워지고 있었다.


K는 파일 맨 위에 제목을 붙였다.


[선별 구조 정리]

그리고 작은 메모를 남겼다.

시험은 정답을 고르는 제도가 아니라,

정답을 만들 사람을 고르는 제도일지도 모른다.


K는 단번에 폭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작은 이슈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이미 지나간 채용 비리 사건 하나를
객관적 통계로 정리했다.

감정 없는 문장으로.


의문형으로.

“전환율 변동의 합리적 설명은 무엇인가.”

글은 조용히 올라갔다.

이번에는 삭제되지 않았다.

대신 조용한 메시지가 몇 개 도착했다.

“비슷한 자료 있습니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조심하세요.”


조심하라는 말이

경고인지
배려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K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의심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다만
말하지 않았고 듣고 싶지 않을 뿐.


그날 밤,
K는 프로젝트 파일을 열어
폴더를 하나 더 만들었다.


[사건_부모]

아직 열지는 않았다.

구조를 이해하기 전에는
그날의 기록을 다시 읽지 않기로 했다.

감정이 아니라
맥락으로 보고 싶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S였다.

“이건 오래 걸립니다.”
“증오는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기록은 오래 남습니다.”


K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파일 이름을 하나 더 겹쳐서 만들었다.


K_project_02

정답은
단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배열은
언젠가 균열을 만든다.


K는
이제 시험을 풀지 않는다.

대신 문제를 수집한다.



다음 화 예고

8부|이름이 드러나는 순간

자료는 늘어나고,
익명의 제보가 도착한다.

L양의 아버지 이름이
처음으로
공식 문서와 연결된다.

K 프로젝트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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