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가진사람

by 송필경

― s의 기록

그는 한동안 이름을 쓰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S였고,

의료기록에는 공란이 늘어났다.


그러나 신분증에는 여전히

성시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낸 지 오래였다.

성시현은 밤을 잘 자지 못한다.

잠이 들면 그날의 냄새가 먼저 떠오른다.

술과 향수, 그리고 금속성 피 냄새.

기사는 단순했다.

“가정사로 인한 비극.”

세 줄이었다.

그러나 성시현이 기억하는 장면은

세 줄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둘이 아니었다.

여자는 쓰러져 있었고,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는 숨이 붙어 있었다.

경찰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구급차였고,

성시현은 그 안에 있었다.

선택은 빠르게 내려져야 했다.

교과서대로라면 살 가능성이 높은 쪽부터.

그러나 인간의 판단은 항상 교과서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누구를 먼저 붙잡았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은 늘 편집된다.

언론은 사건을 정리했다.

배경은 단순화되었고,

관계는 축약되었고,

동기는 추정되었다.

성시현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거절했다.

“의료진은 답할 수 없습니다.”

그 문장은 사실이었지만 완전한 진실은 아니었다.

그는 말할 수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며칠 전,

그는 화면 속 이름을 보았다.


고준원.

그가 K라는 기호를 버리고

자기 이름을 쓴 순간이었다.

성시현은 그 이름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 사건 이후

처음으로 직접적인 연결이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고준원의 어머니가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인맥이 겹쳐 있었다는 것을.


그는 아직

그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못한다.


다만 알고 있다.

그날의 만남은 우연처럼 보였지만

완전히 고립된 사건은 아니었다는 것.


성시현은 진료를 그만둔 뒤 선택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도,

횡단보도에서 발을 내딛을 때도.

모든 선택이

누군가를 버리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날 이후

그는 한 가지를 믿지 않게 되었다.


선택이 항상 중립이라는 말.

휴대폰 화면에

고준원의 번호가 떠 있었다.

통화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그가 침묵을 깨면

또 다른 선택이 시작될 것이다.


성시현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다시 불러보았다.

“성시현.”

그 이름은

도망칠 수 없는 책임처럼 들렸다.


다음 화 예고

12부|L

그녀의 이름이 처음으로 드러난다.

구조는 개인의 삶 위에

어떻게 겹쳐 있는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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