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양,
임하겸은 자기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고, 흠 없어 보여야 한다.”
그게 이유였다.
그녀는 거울을 오래 보지 않는다.
거울 속 얼굴은 언제나 정리된 사람처럼 보인다.
반듯한 머리,
조심스러운 표정,
흔들리지 않는 눈.
사람들은 말한다.
“역시 하겸 씨는 다르네요.”
그 말은 칭찬이 아니라
검열처럼 들린다.
친아버지는 아니다.
중학생 때 재혼했다.
엄마는 그 남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택의 결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는 재혼 2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기사로 나오지 않았다.
그 집에는 설명이 없었다.
장례식 날,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울 일 없다.”
그날 이후 임하겸은 울지 않았다.
아버지는 코인 거래소를 운영한다.
언론에서는 “청년 투자 혁신가”라고 불렸다.
과거는 잘 언급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수익률에 관심이 많다.
하겸은 안다.
아버지가 한 번도 정직하게 돈을 벌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걸. 대신 늘 말한다.
“결과가 중요하다.”
공무원은 하겸의 선택이 아니었다.
“이미지에 맞는 직업이 필요하다.”
아버지가 말했다.
“깨끗해야 한다.
우리 집은.”
그 말은 부탁이 아니었다.
지시였다.
하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미 살기 위해 따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최근,
이상한 글이 돌기 시작했다.
전환 비율.
자문단.
특정 기업.
자기 이름은 없었지만 자기 연도가 있었다.
하겸은 그 글을 끝까지 읽었다.
문장은 공격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설명은 충분한가.”
그 한 줄이 목을 죄었다.
아버지는 웃었다.
“인터넷 글은 다 그래.”
“증거 있으면 고발하라 그래.”
그는 자신 있었다.
절차는 흠이 없었고,
흔적은 남지 않았다.
하겸은 알고 있었다.
그가 항상 한 발 앞에서 정리한다는 걸.
기사도,
평판도,
사람도.
며칠 뒤,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달 안에 상견례 하자.”
상대는 P.
금융 자문회사 이사.
깨끗한 이력.
적당한 집안.
“너한테 나쁘지 않아.”
아버지는 말했다.
하겸은 사진을 보았다.
단정한 얼굴.
웃지 않는 눈.
어딘가
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하겸은 휴대폰을 다시 켰다.
그 글을 다시 읽었다.
작성자 이름은 바뀌어 있었다.
K가 아니었다.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천천히 읽었다.
이상하게도 숨이 막혔다.
그녀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혹시
내가 통과한 것이 아니라
통과당한 건 아닐까.
직업도,
결혼도,
이름도.
모두가
정리된 경로라면.
하겸은 창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들어왔다.
엄마가 떠오른다.
그날,
마지막으로 남긴 말.
“하겸아, 너는 네 선택을 해.”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선택은 늘 허락받는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빼앗아 오는 일이었다.
휴대폰 화면에 통화 버튼이 떠 있었다.
아버지의 번호가 아니라,
다른 이름.
그녀는 아직 누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았다.
13부|상견례
단정한 식탁 위에서
정해진 미래가 오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질문을 입 밖에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