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피하던 날

by 송필경

끝자리

끝은 언제나 고요한 빈잔이었다.
가장 늦게 채워지고,
가장 먼저 비워지는 자리.

나는 그곳에 앉아
숨죽인 시간을 끌어안고 있었다.

사람을 피해 눈을 감은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게 하려 했다.

끝은 멈춤이었다.
그저 빈자리에
나를 가두는 일.


친구들이 하나둘 멀어졌다.

누가 먼저 틀렸는지보다

누가 더 옳은지를 말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중립이야.”

그 말은 조용했지만

결국 아무 쪽에도 서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이유로 떠났다.


나는 말을 줄였다.

설명하지 않았고 붙잡지도 않았다.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 조금 번거로워졌다.

눈을 먼저 피하는 습관이 생겼다.

인사는 짧아졌고 대화는 더 짧아졌다.


교회에 가서도

맨 끝자리에 앉았다.


가장 늦게 들어가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는 자리.


찬양은 들렸지만

따라 부르지 않았다.

기도는 길지 않았다.


그때 나는

예배를 드린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때에 난 끝자리에 앉는다.
혹시 그대도 어딘가의 끝에 조용히
앉아 있지는 않은지..


화, 목,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