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서다.

by 송필경

이름 모를 비

어쩌면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면
꽃잎은 흩날리듯 사라지고
대지는 젖은 숨을 내뿜으며
강물은 은밀하게 차오른다.

메아리는 끝없이 울려 퍼지고
아지랑이는 바람에 살며시 흔들리며
공간의 숨결을 일렁인다.

나는 그저
내 안과 바깥을 가득 채우며
모든 순간을 품어 안는다—
비의 속삭임까지도.


사람을 피하던 나는
늘 끝자리에 앉았다.
가장 늦게 들어가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는 자리.

그러던 어느 날
안내를 맡아 달라는 말을 들었다.

문 앞에서
모르는 사람을 맞이하는 일.

거절하지 못했다.
잘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선 날,
문이 열릴 때마다 얼굴이 하나씩 들어왔다.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
급히 고개를 숙이는 사람.
어른 손을 잡고 들어오다
부끄러워 눈을 감아버린 아이.

어디선가 CCM이 낮게 흐르고 있었다.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그날은 가사보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더 또렷했다.

나는 몇 번이나 고개를 들었다가 내렸다.

“어서 오세요.”

짧은 인사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동안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끝자리에 앉던 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이사야 41:10)

그 말씀을 크게 붙들지는 못했다.
다만,
그날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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