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가기 싫은날이 있다.

by 송필경

길어진 시간

초침이 길어질수록
시간은 두꺼워지고

말들은 공중에서 식어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내 안에는
작은 불빛 하나

그 빛에 묶인 채
나는
깊어지지 못했다


교회가 가기 싫은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오늘은 꼭 가야 하나’

그 생각이 먼저 올라온다.


예배당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앉아 있지 않다.


설교는 이어지는데

다른 생각으로 미끄러진다.

은혜보다 시계가 먼저 보이고,

기도보다 화면이 더 또렷하다.


한 번 빠졌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두 번째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때 알았다.


설교가 길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얕아져 있었다는 걸.


말씀이 지루했던 게 아니라

내가 깊어지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나는 예배를 드리러 가면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까 봐
미리 실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은혜가 없으면

괜히 교회를 탓하려고.


그런데도

완전히 떠나고 싶지는 않았다.


집중하지 못하는 나도,

형식적으로 앉아 있는 나도

이미 알고 계신 분이 계신 것 같아서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시리라.”
— 이사야서 42:3

나는 뜨겁지 않았다.

그러나 완전히 꺼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주도 다시 간다.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부끄럽지만 도망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교회가 가기 싫은 날은

앞으로도 계속 나에게 올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다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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