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별이 진다네
비 오는 선로 위 기차는
내 눈물과 별빛을 스치며
우산 속 그날을 흔들리게 했네
물빛을 머금은 별이 휘청이며 세월을 건너
사진 속 미소를 묶어 두고
나는 그 틈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기억의 파편을 모은다
그날의 우산 하나 비 속에 오래 서 있던 시간
작은 점처럼 남아
시간의 겹을 찍어 두었다
차디찬 대전역 플랫폼
얼어붙은 바닥 위
발끝마다 전해지는 냉기
흐르는 사람들 사이 숨결도 조각난 채 흘러가고
열차는 눈처럼 금방 스러질 기억을 씻어 간다
창밖 빗물에 부딪혀 반짝이는 전동차 불빛
흐린 얼굴과 잊힌 이름
스치는 손길 하나
모두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다
멀리서 울린 종소리
발걸음마다 흔들리는 마음
숨을 고르듯 우산을 다시 펴
별빛과 사진 속 미소를 손끝으로 모으며
기차가 사라진 자리
비와 별빛의 그림자 위에서
그리움이
천천히 지고 있다
비 오는 역에는 이상한 시간이 흐른다.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가지만
어떤 순간은 그 자리에 오래 남는다.
대전역 플랫폼에서 우리는
우산 하나 사이에 두고 한동안 서 있었다.
기차는 곧 도착했고
말보다 먼저 시간이 떠나버렸다.
돌아보면
이별은 그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 이후 조금씩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비 오는 역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아직도 그 플랫폼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