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현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잠은 늘 얕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고준원이 보낸 메시지 때문이었다.
“그날의 기록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노트북을 열었다.
폴더 하나. 이름은 단순했다.
incident_0317
그날의 기록.
파일을 하나씩 열었다.
구급 출동 기록.
응급실 접수 시간.
경찰 보고서.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너무 정확하게.
그래서 오히려 이상했다.
성시현은 한 줄을 확대했다.
22:14 — 현장 도착
그리고 다음 줄.
22:17 — 환자 사망 확인
그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3분.
이 짧은 시간 사이에 세 사람의 인생이 끝났다.
그리고 자기 인생도.
그는 파일을 닫았다.
이 기록은 처음 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보였다.
누군가 이 기록을 정리했다.
그날은 이렇게 깔끔하지 않았다.
피 냄새와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있었다.
그런데 기록은 너무 정돈되어 있었다.
그 시각,
고준원은 카페에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는 하나의 영상이 멈춰 있었다.
낡은 CCTV.
화질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보였다.
22:11
구급차 도착 전
누군가 현장에 있었다.
고준원은 화면을 확대했다.
차 한 대.
검은 세단.
번호판은 흐려져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보였다.
차 문에 붙은 작은 스티커.
금융회사 로고였다.
그는 검색창에 회사 이름을 입력했다.
그리고 잠시 멈췄다.
그 회사의 자문 이사 명단.
거기에는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P.
고준원은 웃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퍼즐이 맞기 시작했다.
시험 구조,
자문단,
금융 자문회사.
그리고 그날 밤.
모든 선이 같은 방향으로 이어졌다.
호텔 바.
P는 혼자 앉아 있었다.
상견례가 끝난 뒤 바로 집에 가지 않았다.
위스키 한 잔을 천천히 마셨다.
휴대폰이 울렸다.
“네.”
짧은 통화였다.
“그 사람 글요.”
잠시 침묵. 그리고 P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상대가 무언가 말하자 그는 가볍게 웃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흐름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임하겸은 집에 돌아와 있었다.
아버지는 아직 거실에 있었다.
뉴스가 켜져 있었다.
앵커가 말하고 있었다.
“최근 온라인에서 공공 채용 구조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리모컨으로 볼륨을 낮췄다.
“이런 건 오래 못 가.”
그는 하겸을 보지 않고 말했다.
“사람들은 금방 잊거든.”
하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처음으로
그 말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성시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고준원이었다.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성시현 선생님이죠.”
이름이 처음으로 입 밖으로 나왔다.
성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준원이 말했다.
“그날 현장에 구급차보다 먼저 온 차가 있습니다.”
정적.
그리고 조용한 숨소리.
“선생님.”
고준원이 말했다.
“그 차 기억나십니까?”
성시현의 손이 떨렸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검은 세단.
그리고 그 차에서 내린 남자.
그 남자는
피 묻은 바닥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미 끝났군요.”
그리고 경찰보다 먼저 현장을 떠났다.
성시현은 입을 열었다.
“그 사람…”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누굽니까.”
고준원이 말했다.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날 기록에는 그 사람이 없습니다.”
카메라는 다시 호텔 바로 돌아간다.
P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텐더가 물었다.
“더 드릴까요?”
P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는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기 직전,
바깥에 서 있던 검은 세단이 보였다.
고준원은 노트북을 닫았다.
이번 글은 단순한 의혹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새 문서에 한 줄을 썼다.
“그날 현장에 있던 네 번째 사람.”
그리고 이름을 적으려다 멈췄다.
증거가 조금 더 필요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누군가는
그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고준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 없음.
그는 받지 않았다.
잠시 뒤 문자가 왔다.
짧은 문장.
“그날은 사고였습니다.
지금도.”
카페 창문 밖,
검은 세단이 천천히 멈춰 섰다.
다음 화 예고
15부|삭제된 사람
CCTV 속 남자.
기록에서 사라진 이름.
그리고
누군가가 말한다.
“그날 밤,
현장에는 다섯 번째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