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위해 기도했던 날들

by 송필경

기억 속의 어두운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둠 속에 남아 있는 기억들
이름 붙이지 못한 채
정리되지 않은 현실로 남아 있다

버티던 힘은
멀어지는 인연들 사이에서
조금씩 닳아갔다

나는 한동안 용서가 아니라
복수를 붙잡고 기도했다

시간은 흘렀지만

복수가 천천히
용서라는 이름을 배우는 동안에도

나는 아직
완전히 놓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도
그 이름을
조심스레 하나님께 올려놓는다


기도는 언제나 거룩한 마음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의 기도는
상처 난 마음에서 시작되고
어떤 날의 기도는
억울함을 붙잡은 채 시작된다.

나는 한동안 그런 기도를 드렸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부르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는
복수를 내려놓지 못한 채.

그 사람이 알기를 바랐고
그 사람이 같은 아픔을 느끼기를 바랐고
어딘가에서는
내 마음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기도는 조금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도를 멈출 수는 없었다.

기도를 계속하다 보니
내 마음속에 붙잡혀 있던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상처였고
억울함이었고
그리고 내가 놓지 못했던 마음이었다.

어쩌면 하나님은
그 기도 속에서
그 사람보다 먼저
나의 마음을 바라보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기도한다.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 마음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하나님께 올려놓는 기도를.

어쩌면 용서는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기도 속에서
조금씩 배우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그 이름을 하나님께 올려놓습니다.
아마 당신의 기도에도 아직 내려놓지 못한 이름 하나쯤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 로마서 12:19


화, 목,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