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끝난 뒤

by 송필경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의자들이
조용히 숨을 고른다.

방금 전까지
기도가 머물던 공기,
찬양이 스치던 천장 아래

이제는
햇살 한 줄이
바닥을 천천히 건너간다.

누군가 남겨둔 성경,
접힌 페이지 사이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이
숨을 쉬고 있다.

예배는 끝났지만

어쩌면
기도는 아직
이곳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주일 예배가 끝나면
교회는 잠시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사라지고
복도에 남아 있던 웃음과 인사도
천천히 멀어진다.

의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찬양의 울림도
조용히 공기 속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가끔 그 시간이 좋다.

사람들이 다 떠난 예배당에
잠시 서 있으면
조금 전까지 이곳에 머물렀던
수많은 기도들이
아직 공기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아픈 마음을 내려놓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감사를 조용히 속삭였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하지 못한 눈물로
기도를 대신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들이
이 공간을 한 번 지나갔다.

비어 있는 의자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배는
사람들이 떠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마음들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다시 살아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도 기도의 흔적은 남는다.
예배는 한 시간의 시간이 아니라 삶으로 이어지는
조용한 걸음일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 — 요한복음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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