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종이 위
짧은 문장 하나
누군가의 긴 밤이
그 안에 접혀 있다
“수술이 잘 끝났습니다.”
기다림의 시간들이
조용히 문장이 된다
“취업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주보는 가볍지만
그 위에 놓인 마음들은
가볍지 않다
나는 그 종이를 넘기며
누군가의 시간을
잠시 스쳐 지나간다
예배가 시작되기 전
나는 가끔 주보를 천천히 읽는다.
찬양 순서와 광고를 지나
맨 아래로 시선이 내려가면
작은 글씨로 적힌 문장들이 있다.
감사기도 제목.
“수술이 잘 끝났습니다.”
“아이의 시험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업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문장은 짧다.
몇 줄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뒤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있었을까.
누군가는 병원 복도에서
긴 밤을 보냈을 것이고,
누군가는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이 내려앉는 시간을
견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모든 시간이 지나
이렇게 짧은 감사 한 줄이
주보 위에 적힌다.
문장이 짧아서 오히려 오래 읽게 된다.
나는 그 종이를 넘기며
문득 생각한다.
신앙이라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고백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의 삶이 지나간 자리에서
조용히 남는
한 줄의 감사일지도 모르겠다고.
우리는 종종 큰 기도만 기억한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는 삶은 언제나
작은 문장들로 기록된다.
누군가의 긴 밤이
어느 날 감사 한 줄로 바뀌는 것처럼.
“범사에 감사하라.”
— 데살로니가전서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