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종이 한 장이
돌처럼 무거웠다
손바닥에서 몇 번이나
접혔다 펴지던 빛
그 종이 위에는
이미 다른 숫자들이
얇게 눌려 있었고
나는 잠깐
저울 위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
주머니는 가벼웠고
마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짧은 침묵 뒤에
나는
그 무게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날 나는 대출을 받았다.
지갑보다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숫자가 있는 날이었다.
예배는 평소와 같았지만
헌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오늘은 그냥 지나가도 될까.
아무도 모를 텐데.
하나님도 이해하시지 않을까.
그 생각이 잠깐 스쳤다.
사실은
아까웠던 것 같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작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헌금함 앞에 섰을 때
내 손 안에는
작게 접힌 지폐 한 장이 있었다.
그 종이보다
내 망설임이 더 무거웠다.
나는 잠깐 멈췄다가
그 종이를 넣었다.
지갑은 여전히 가벼웠지만
이상하게 마음의 무게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나는 작은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지만
어쩌면 그날 하나님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 붙잡고 있던 망설임 하나를
먼저 거두어 가셨는지도 모른다.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
— 고린도후서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