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늘 조용한 자리에서 시작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하루들 사이에서
마음은 몇 번이나
먼저 떠나가려 한다
이 길이 맞는지
이 시간이 의미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밤들
그러나 발걸음을 붙잡는 것은
희미하지만
쉽게 꺼지지 않는 한 줄기 믿음이다
보이지 않아도
멈춘 것처럼 보여도
어딘가에서
하나님의 시간은
조용히 흐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서두르지 않고
떠나지 않은 채
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이른 아침,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시간에 창가에 앉아 있었다. 거리는 조용했고, 밤의 공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따뜻한 커피에서 올라오는 김이 천천히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그 시간에 문득 생각했다. 기다린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기다림을 거창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기다림은 이런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침. 기도는 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하루. 답이 오지 않은 채 지나가는 시간들.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공백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조급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삶에서 가장 많은 것이 바로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자라난다. 나무도 밤사이에 조금 더 자라고, 계절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에 조금씩 바뀐다.
믿음도 비슷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마음 어딘가에서는 조용히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견디게 되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조금 더 낮은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
아마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도 그런 모습일지 모른다.
크게 드러나는 사건보다, 조용히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다듬어 가시는 방식.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삶의 방향을 살짝 바꾸어 놓으시는 방식.
창밖을 보니 아침 빛이 조금씩 골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 밝아졌는지 모르게 거리의 색이 달라져 있었다.
기다림도 아마 그런 것일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는 시간.
기도를 마치고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방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여호와를 바라는 너희들아 강하고 담대하라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 시편 27편 1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