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오늘

12화 - 흔들리지만 꽃이 핀다.

by 송필경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에 나는 또 한번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엔,
흔들린 끝에
조용히 피어난 무언가가 있었다.


작고 연약한 꽃.
화려하지 않아도
단 한순간,
누군가의 마음에
머무를 수 있는 존재.


그건 분명히
버티고 견뎌낸 시간들에 대한
묵묵한 보상이었다.

대부분은 스쳐 지나갔다.
눈에 띄지 않는 꽃이니까.

하지만, 단 한 사람이 바라봐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감사할 수 있었다.


가끔은
거친 파도가 밀려드는 바위틈에도
꽃이 피어난다.
짠 바닷물을 견디고,
뜨거운 햇볕을 받아내며,
기적처럼, 조용히 피어난다.


그 꽃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스스로를 지켜낸 자취였다.


나는,
그런 꽃이 되고 싶다.
누구보다 늦게라도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를 밀어올려
피워낸 그런 꽃.


거센 비도,
날 선 말도,
매일을 갉아먹는 현실조차도
나를 무너뜨릴 순 없었다.


그것들은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다듬었다.

모래로 쌓인 불안한 성이 아니라,
돌로 하나하나 쌓아올린 내면의 요새가 되었다.


나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슬픔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 모든 것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며들게 두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길을
내 속에서 찾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나를 흔들던 바람은
더 이상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안에서 일렁이기 시작했다.

따뜻한 기류처럼,
삶의 흔들림이
내 몸부림이 되어
다시 꽃을 피우려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건 조용한 다짐이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의지였다.


누군가는
그걸 ‘괜찮은 척’이라 불렀겠지만,


나에게 그것은,
흔들리면서도 끝내 피어나려는
살아 있으려는 가장 단단한 몸부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