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오늘

13편 -살아 있는 증거

by 송필경

나는 살아 있는 걸까.
그 질문은 예전에도
수없이 반복해 왔다.

그때의 나는
존재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 있다는 감각조차 잃어가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무너짐의 반복이었고,
아무리 눈을 떠도,
마음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 질문은 언제나
끝을 모르는 우울의 심연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질문에 조금은 다르게
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심장은 느리지만 분명히 뛰고 있었고,
배가 고프다는 건
내가 살아 있다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증거였다.

감각이 무뎌질수록
작은 감정에도
조용히 감사하게 되었다.


햇살이 스치고,
바람이 불고,
숨이 들고 나는
이 단순한 순간들이
내게는 작지만 분명한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 기적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모른다.

행운은 늘 불행과 짝을 이루고,
내일은 여전히 두렵다.

하지만 지금
그 길 위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참 고마웠다.

오늘,
나는 창공을 나는 새들을 바라보며
감사했다.

그 새들은
이른 아침부터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누구는 시장으로,
누구는 일터로,
누구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모두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들과 함께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
내게는 축복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모르는 나.
사라지듯 존재하고,
말없이 견뎌낸 나를
세상은 어떻게 볼까.

하지만,
그 질문을
다시금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내가 고마웠고, 도돌이표처럼 질문하고,
다시 답하며 살아가는 이 과정이
존재의 증명처럼 느껴졌다.

세상과 단절되어 있어도,
관계가 끊겨 있어도,
누구의 기준으로 가장 낮은 곳에 있어도

나는 숨 쉬고 있다.
살아 있다.

그럼, 된 거다.

오늘 나는
괜찮은 척이 아니라
진짜로조금은 괜찮다.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