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오늘

14편 - 언제부터였을까, 견디는 게 일상이 된 건

by 송필경

버틴다는 것도
결국 살아내는 일이었다.

강한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이 아니라
오래 견디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고민들이
내 마음을 짓눌렀고,
그 무게는
나를 바닥에 붙잡아 두었다.

이미 바닥인 줄 알았는데,

발아래로
또 다른 어둠이 열렸다.

끝이 없는 낙하 속에서
나는 내 발이 닿을 어딘가를
애써 찾아가고 있었다.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작은 힘으로라도
내 살 길을 찾아보려 했다.

세상에 맞서기엔 나는 너무 작았지만,

그 무게를 하나씩 버티면서,
나는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문득
나는 나무를 떠올렸다.
높고 곧게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그 나무들은
겉으로는 혼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땅 아래에선
서로의 뿌리가 맞닿아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나도,
그런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혼자라고 생각했던 시간들 속에서
어쩌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
잠시 스친 따뜻한 시선 하나가
내 뿌리 곁에 닿아
나를 쓰러지지 않게 해 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바닥에 닿았을 때

가장 멀리 뛸 수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조금 안다.

그 무게를 견디며
버티는 날들이 쌓이면서,
내 다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견디는 힘’이 자라기 시작했다.

삶의 무게는
내 안에서
조금씩 단단함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버티고 있다.

그것이
오늘의 나를 진짜로

살아내고 있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