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고요한 저항
숨을 쉰다. 피가 흐른다. 심장이 뛴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내 안에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아 있다는 증거가
내가 진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내게 닿았다.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내 몸을 감싸며
내 안의 고요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내 안에 쌓였던 무게를
한순간 가볍게 해 주었고,
내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게 만들었다.
그 바람을 타고
나는 한 걸음 내디뎠다.
단순한 발걸음이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내게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시선 속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바람은 때로 나를 흔들었다.
차가운 기운에 발걸음이 멈추기도 했고,
가끔은 나를 밀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그 어떤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지난번보다 조금 더 나아갔다.
그 한 걸음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조금 더 멀리까지 내 발을 이끌었다.
흔들릴 수도 있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내가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제는 그 흔들림이
나를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
그저 조금씩,
조금 더 깊게 나를 깨우고,
다음번엔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오늘은 또 다른 방식으로
나의 발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됐다.
그 과정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몰라도,
이제 그 길을 가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내가 얼마나 더 흔들리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흔들림이 이제는
나를 두렵게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가는 길이
어딘가로 이어져 있을 것임을
조금 더 믿게 된 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