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오늘

10화-무뎌지는 하루들

by 송필경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고,
후회 속에 갇힌 기억은
계속 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복잡한 일도, 아픈 일도
더 이상 내게
깊은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기쁨도 슬픔도
어디론가 멀어졌고,

무뎌진 하루들이
덧없이 흘러갔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저 지나가는 배경음 같았다.

내 감정은 꺼진 라디오처럼
어느 주파수에도 닿지 않았다.


나는 혼자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끝을 알 수 없는 출구를
헤매며 떠돌았고,

어제 잠시 보였던
그 작은 빛조차

오늘의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출구는 닫혔고,

나는 다시
미로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나는
닿을 수 없는 하늘을
계속 올려다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현실과는 멀어져,
내 안의 조용한 동굴에서
작은 숨을 고르며 살아가는지도.


괜찮지 않은 걸 알면서도
괜찮은 척.

무너지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척.

웃는 척.
버티는 척.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하루의 전부였다.

이전 09화괜찮은 척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