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와 작은 시트콤.(16화)

16화-나는 영원한 죄인

by 송필경

오늘 집안에
어딘가 무서운 기운이 흘렀다.


무슨 일이지.
나, 뭘 잘못했지?

말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는 그녀.

나는 본능적으로
없는 사람처럼 조심조심 옷을 벗고,
최대한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밥 먹을 시간이 되어,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뭐 잘못한 거 없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뭔가 큰 잘못을 한 기분이다.

"어... 뭐... 음..."

혹시...
풀스를 새 걸로 사놓고,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산 척했던 걸까?

나는 더듬더듬 말했다.

"풀스... 그거 당근 아니야.

내 용돈 모아서 산 거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그거 말고, 또?"

나는 급히 머리를 굴렸다.
지난번, 다시는 비상금 안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는데...
혹시 아내의 졸업앨범 속에 숨겨둔 비상금이 들킨 걸까?

나는 재빨리 둘러댔다.

"비상금... 그거 자기 주려고 모은 거야.
서프라이즈 하려고~~"

그녀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갖고 와."

... 아, 이것도 아닌가 보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결국 물었다.

"그럼, 대체 뭐야?"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어떻게 꿈속에서도
내 편 안 들고
다른 사람 편을 들 수가 있어?"

"응...? 뭐라고...?"

나는 말을 잃었다.


말없이 고무장갑을 끼고
다시 설거지를 했다.


소파에 앉아,
내 비상금을 세고 있으며,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그녀의 세계에선
나는 영원히 죄인이다.

눈가가 이상하게도
촉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