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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수목원의 아침

향기로 걷다

by 송필경

아침 햇살이

잎새 사이로 조용히 흘러내리면
수목원 테크길 위에
이슬 젖은 풀향이 살며시 올라온다.


그 향기를 따라
나의 발자국도 천천히 깨어난다.


걷는 내내,
남긴 사랑의 기억과
되돌릴 수 없는 후회,
작은 추억의 조각들이
숨죽인 채 따라온다.


꽃들은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법을 아는데,
나는 지금,
제자리를 잘 걷고 있는 걸까.


그래도,
한밭수목원의 오색 꽃들은
바람에 실려
은은한 향기로 내게 인사를 건넨다.


라일락 향에 잠시 멈춰서고,
국화 내음에 마음이 풀린다.


어젯밤,
뒤척이던 꿈의 잔향이 가라앉고
어느새 가슴속 오래된 아픔도
천천히 잊혀진다.


눈앞의 도심 속 푸른 숲은
잔잔한 풀잎 향을 담아
이렇게 속삭인다.

“이제,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그 말을 맡으며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발걸음은 다시 가벼워진다.


꽃의 향, 나무의 향, 흙의 향…
모든 것이 새로운 숨결로
오늘의 나를 안아준다.


아침,
한밭수목원 안에서
나는 향기로 상처를 씻고,

한 걸음 한 걸음,
조금은 더 나은 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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