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무 May 02. 2022

돼지는 야옹

수많은 길고양이들을 그리며




  돼지야 나는 너를 만나기 전과 이후로 나뉜다 알고 있니?




 우리 처음 만났을  너와 치즈가  추운 겨울 코트 밑단을 서성거렸어. 어쩔 줄을 몰라서 한참을 서있다 후다닥 캔이랑 물을  왔는데 온데간데없더라. 고양이는 매번 그런 식이지만 그때의 아무것도 몰랐기에 무지 섭섭했어. 나는 금세 정을 주는 편이 거든.  

   



  너는 유독 야위었고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꼬리도 뭉툭해서  신경을 온통 너에게 쏟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어. 누가 그러더라 짧은 꼬리는 아가일   먹지 한 탓이라고. 결국 나는 기어코 너에게 '돼지'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어.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는데 고양이라고 특별할  있겠나 했다. 그래도 돼지야 하고 부르면 곧잘 냥양하고 대답을 해줬으니 너도  싫지만은 않았던 거지?





   만난 이후로 나는 매번 다니던  트인 길이 아닌 네가 숨어있을 법한 모퉁이 사이사이를  찾아다니곤 했었어.  

몰래 너희 밥을 챙겨주고 누가 해코지라도 할까 흔적도 없이 치웠지. 세상엔  같은 사람도 있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도 있거든. 나는 있잖아  순간만큼은 나도  고양이가    같았어. 들키지 않으려 숨도 얕게 쉬곤 했었다.

   



  작년의 나는 추운 겨울만 잘 넘겨보자 했는데 한 계절을 보내고 어느새 봄이 왔어. 그사이에 너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겼고 물론 내속도 썩였으며 치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길 생활이 참 고단 했겠거니 싶어. 그래도 한 끼 정도는 맛있는 걸 먹어서 행복했으려나.




   후로 네가 언제든지 훌쩍 떠나버릴  있다는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  원래 이별도 연습하면 익숙해지는 법이거든.




  나는 매번 술에 절어서 랑이 대체 뭔데 하는 같잖은 소리를 늘어놓지만 이제 사랑하면 너부터 떠오르는  알고 있니?  사랑한다는  한마디면 될걸 이렇게 지겹도록 늘어뜨리는데 누구보다 탁월한 재주가 다. 너도 야옹 말고 내가 쓰는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있다면 좋을 텐데, 그건 우리   아무리 노력해도 어렵겠다 그지?



아무렴 어때 내가 주는 사랑은 변함없을 텐데 그치?



작가의 이전글 사랑 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