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너 말야.
내 데이터를 스스로 올리는 공간들이 있다.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엔 싸이월드가 있었다. 사진을 올리고, 일기를 쓰고, 친구들과 대화하는 공간이었다. 당시(2000년대 초반)에는 핸드폰에서 곧장 사진을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데스크톱 PC에 USB를 연결해 옮겨가며 사진을 다운받아 올렸다. 그래도 그게 재미있어서, 그리고 친구들이 올리는 사진들을 "퍼와요~"하는 것이 또 재미있어서 그 플랫폼을 참 잘 가지고 놀았다.
그렇게 싸이월드는 홍역을 몇 번 앓고 엎어졌다 깨났다를 반복한 뒤, 2022년 1월에 이르러 "로그인하면 세 장 보여준다"는 조건으로 열렸다. 무려 7천 장 넘는 사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감질맛 나게 세 장씩 올라오는 사진에는 정작 내 얼굴보다 내 친구들 얼굴, 혹은 아래에 글이 딸렸을법한 감성 풍만한 이미지들이 나타났다. 그렇게 수십 번을 재로그인을 해서 내 옛날 모습을 몇 개 저장할 수 있었다.
에버노트나 각종 블로그, 심지어 이곳 브런치마저도 사실은 데이터를 영원히 보관하기에 적합지 않을 수 있다. 앞엣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나 또한 워드프레스로 만든 홈페이지를 한 번 대차게 날려먹고 한동안 울적함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싸이월드에든, 아니면 다른 여러 기록 플랫폼에든 크게 당하고도, 나는 여전히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며, 트위터에 140자를 날린다. 가끔은 심지어 24시간 뒤면 사라지는 숏폼에도 관심이 생겨서, 막상 사라지든 말든 올려보기도 한다. 이깟 데이터들 보관한다고 지구 온난화가 더 빨라지는 것에 미안하기도 하고.
공공 영역에서 돈 들여 만든 콘텐츠들에 대해, 국내에선 공공 아카이브를 만들어 이 소중한 자료들을 잘 보관하고 또 잘 써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민간차원에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요즘은 알고리즘 학습용 데이터로도 이러한 자료들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제때 확보해 제대로 가공하려는 이들도 있다. 단순히 ‘추억 보정’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자료이자 데이터로 보려는 시도들이다. 아카이빙이라는 개념 자체가 단순히 서버에 저장해 둔다, 레이블을 잘 달아 검색을 용이하게 한다, 의 차원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자료의 수집부터 보관, 제공에 이르는 모든 파이프라인과 그 안의 철학들을 아우르는 시스템적인 개념이다. 메타데이터를 더 정교하게 뽑아내는 기술을 바탕으로, 문맥적으로 자료 탐색을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미래형 아카이빙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꽤 많은 방송국들이 자사 아카이브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발굴하고 있다.
과연 개인의 데이터는 어떻게 보존될 수 있을까. 일종의 블랙 데이터처럼 하등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순간, 나의 데이터는 탄소배출량이나 증가시키는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금융사에서 쓰는 마이 데이터는 또 다른 얘기니 다른 페이지에서 쓰기로 한다) 집에 있는 오래된 앨범은 타자에게는 폐품에 불과하겠으나, 그 가족들에게는 자료일 것이다. 곳곳에 여러 닉네임과 다른 계정으로 흩어져있는 내 기록물들을 통합적으로 모은다는 것은 꽤 많은 품이 드는 일. 작정하고, 결심하는 것에 더해 특정 서버로 모으는 비용적인 이슈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것이 귀찮은 나는, 계속 그 플랫폼들을 드나들며, 지켜보며, 또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기록 하나씩을 더 추가하고 있다. 플랫폼들은 그렇게 우리를 붙들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