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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Apr 07. 2023

"디저트 오마카세"

" 예쁘고 맛있고 특별하고 좋은데...  "

얼마 전 TV에서 방송된 디저트 오마카세 집이 있다고 모임 하는 언니가 가보고 싶다고 해서 급히 주말 계획을 잡고 세 명이 꽃구경 삼아 토요일 오후에 천안에 있는 디저트 오마카세 맛집을 찾아 ktx를 타고 갔다.


사실, 나는 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빵과 단 음식은 일부러 찾아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마카세의 뜻도 정확히 모르고 아니 관심 없이 들었고 단순하게 일본식 음식의 종류인가?라고 생각했었다.


벚꽃이 만발하고 개나리가 활짝 핀 따뜻함을 넘어 더운 날씨였다. 처음 가는 길이라 택시를 타면 10분, 걸어가면 40분이었다. 네이버로 미리 예약 결제를 했고 예약 시간이 여유가 있어 걸어서 가기로 뜻을 모아 지도앱을 켜고 봄을 느끼며 찾아갔다.

배도 고팠지만 부푼 기대와 맛을 궁금해하며 맛있게 먹기 위해 음료수도 안 마시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가게 근처에 오니 저기가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구나 느낄 수 있는 20대 초반의 여자 세 명이서 딱 봐도 인스타용 사진을 바깥에서 찍고 있었다.


풋풋한 그녀들과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부족한 체력을 끌고 필사적으로 걸어온 우리 50대의 아줌마 세명의 모습과는 비교조차 웃기지만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예약 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 우린 덥고 힘들어 빨리 들어가서 앉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예약 시간을 확인한 직원분이 들어와서 앉아도 된다고 하셔서 가게를 들어갔다. 내부는 좁은 가게였고 일렬로 앉을 수 있게 배치되어 있어 일찍 들어간 우리부터 가장 안쪽부터 앉으라고 했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자리에 앉아 있으니 비슷한 시간에 들어온 다른 20대 커플들이 사진기를 챙겨서 데이트를 온듯한 모습으로 2팀이 더 들어왔다. 화사하고 밝은 옷차림의 요즘 젊은 친구들의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젊은 커플들은 오로지 관심이 음식의 사진과 맛인 듯했으나, 50대인 우리 아줌마들은 습관적으로 가게 내부 전체를 스캔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고 눈썰미가 좋은 나만큼 더 관심이 많은 친구가 서로 사인을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기다리는 동안 동시에 관찰 카메라를 켰다.


주방 내부의 용품들과 음식 만드는 과정과 주방에 쌓인 설거지와 가게 인테리어까지 짧지만 주방의 내부 모습이 너무 훤히 보이고, 젊은 남자분과 여자분이 무표정으로 진지하게 만드시는 모습이 약간 어색했지만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맛이 기대가 되어 그 시간 또한 재미있었다.


시그니쳐 메뉴인 들기름커피를 시켰고, 메인 요리를 하나씩 만들어 주면서 요리를 해서 내어 주시는 여자 직원분이 목소리는 차분하게 표정은 약간 지쳐 보이는 밝지 않는 모습으로 설명을 해 준다.


두 개의 디저트가 나왔고 마들렌과 휘낭시는 하나씩 골라서 먹으면 된다고 한다. 예약할 때 언니가 "1인당 2만 원이래~ 비싸지?"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이 나면서 어떤 맛과 어떤 곳이기에 한 명당 2만 원씩이나 내고 많이 찾아오는지 궁금했다.  음식 값보다 서울에서 왕복 교통비가 더 들여서 가는 우리들의 오늘 이야기가 추억이 될 듯했다.




디저트의 맛은 특별해서 나쁘지 않았는데 먹는 테이블 너머로 보이는 정리가 되지 않는 물품들과 손님들이 먹은 컵과 접시가 나올 때마다 남자분은 달그락거리며 설거지를 하셨고 여자 직원분은 원래 그런 이미지를 지니신 분인지 아님 오늘 예약 손님이 많아서 힘들어서인지 끝까지 무표정한 분위기로 혼자서 바삐 움직인다.


설거지를 빨리 하는 이유도 잠시 시간이 지나니 알았다. 설거지를 끝내고 바로 앞에서 근무 시간이 끝났는지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메고 급히 나가신다.


"오마카세"는 맡긴다 라는 뜻의 일본어이며 대접받을 메뉴의 종류 및 그 요리 방식을  셰프에게 모두 맡기는 형식의 선택지를 만한다. 즉 셰프의 추천 메뉴이며 랜덤 메뉴 식사라고 한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은 20대와 50대의 우리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것이고 20년 이상의 주방 경력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이라서 하나하나 그냥 보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아무리 맛집이라고 하지만 당당히 6만 원이라는 돈을 결제했는데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과 달리 정리안 된 주방 모습에 아쉬움이 컸다.

그런 와중에 가장 눈에 거슬리는 주방 물건이 있었다. 정면 눈높이 선반 위에 오뚜기표 쌀엿 2통이 꽃병도 아닌데 예쁘게 서있었다.


다른 것은 다 바쁘니깐 그럴 수 있어하는데 유독 쌀엿 2통이 너무 눈에 거슬렸다. 옆에 함께 간 친구도 주방 내부의 정리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 훤히 보이는 것이 맘이 불편했다고 한다.


20대 커플은 달랐다. 나오는 음식 사진을 연신 카메라로 찍기 바빴고 내 접시 위에 있는 음식만 보았지 다른 것은 보지 않는 듯했다.


디저트 카페라고 하면 인테리어도 하나의 음식 맛을 느끼는 것에 일부 차지를 하는데 쌀엿 통을 보는 순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인생을 살아본 50대 엄마들의 눈에는 잔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고 꼰대 같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정리하고 수납하고 밝은 모습이었으면 더더욱 좋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요즘 핫하다고 하는 디저트 오마카세도 먹어보는 추억을 쌓았고 젊은 친구들의 모습도 예뻐 보였다.

그 젊음이 부럽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열심히 살아온 지난 시간의 보상으로 우린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통찰력과 살아가는 지혜가 생겼고 그동안 애쓰며 살아온 나를 위로하며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지금이 행복하다.


"디저트 오마카세"를 맛보고 가게문을 열고 밖에 나온 후 우리들의 첫마디가 "이제 어디로 갈까? 얼큰한 거 먹을까? 빨간색으로?"

깔깔 웃으며 우리는 언제 먹어도 맛있고 분위기가 맘 편한 솥뚜껑 삼겹살 집으로 가서 구운 김치와 콩나물이 듬뿍 올려진 삼겹살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며 그래도 TV에서 본 곳에 내가 경험하러 온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추억을 만들었다는 분위기를 마무리를 했다.


셰프의 추천 메뉴인 "오마카세"도 괜찮지만  우리가 젊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건강 메뉴인 "어미카세"는 어떨까?  엄마가 알려주는 추천 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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