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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랑이 Apr 16. 2023

봄학기는 설렘으로 가르친다!

"  아이들의 창작의 씨앗을 심고 천천히 시작한다 "

기다리던 봄이 되니  추운 겨울을 힘겹게 잘 견뎌낸 나무에서 스스로 딱딱한 가지를 비집고 힘겹게 나와서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스스로를 기특하다며 위로하듯 활짝 웃고 있는 듯하다.

예쁜 꽃도 좋지만 꽃들이 떨어지고 올라오는 연하고 부드러운 초록잎을 나는 더 좋아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잊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설렘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나에게 주는 기회의 시간이다.


나이 듦에 늦은 것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하듯  꽃피고 지고  새잎이 나고 시원한 그늘이 되며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나뭇잎 다 떨어뜨리듯 내려놓고 힘듦을 참고 견디며 또다시 봄을 기다린다.


보고 싶은 것을 기다리고 보이는 대로 느끼며 살아간다. 나무의 많은 가지에서 일어나는 초록 새싹 나뭇잎과 꽃, 열매, 아름답게 물든 나뭇잎을 보여 준 후 앙상한 나뭇가지를 마지막으로 본다.

우린 잠시 눈에 보이는 변화만 보이고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 보이지 않는 땅속뿌리에 감탄하거나 칭찬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신학기 3월은 설렘과 기대로 시작하고 봄에 나무가 어린잎을 보이듯 교육의 방향을 잡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어린잎의 촉을 내는 시간이다. 아직 추운 겨울을 금방 견디고 나온 나무처럼 봄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도 어색하다.  


바람이 불어오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봄의 기운에 아이들도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3월이다.

신학기가 되어 점토 수업을 들어가면 유아들은 1주일 전에는 한 살 어린 동생반이었다가 1주일 만에 한 살 많은 형님반에 오게 되어 환경도 바뀌고 다른 친구들과 섞여 있다 보니 긴장하고 있는 눈빛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첫 수업에 명단에 0, X 표기도 전혀 없는 깨끗한 출석부에 한 명씩 이름을 불러본다. 부끄러워서 대답을 안 하거나 낮은 목소리로 겨우 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나는 귀여운 개구쟁이라고 몸짓하는 행동이 큰 친구들과 다양한 자기표현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난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보며 눈을 마주치고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듯 편안하게 불러주며 칭찬의 말을 먼저 붙여준다.  그럼 눈치 빠른 아이들도 자기도 칭찬과 관심을 받고 싶어 동기부여가 되어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따라 한다.


같은  어린이집에서 수년 동안 수업을 하다 보니 출석부를 부르며 친구들의 얼굴을 확인하는데 나도 모르게

" 너 언니 있지?"라고  묻게 된다. 3년 전에 졸업한 언니 얼굴이 갑자기 기억이 나며 언니의 이름까지 확인한다. 그러면 담임선생님도 의아해하시고 아이한테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거린다.


형제자매가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남매의 경우보다 동성의 형제자매의 닮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가끔 나도 놀랄 때가 있다.


 1년 동안 가르치는 아이들의 인원을 각 원별로 모두 합쳐보면 몇백 명 이상 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 아이들의 이름을 가르치는 1년 동안은 거의 다 기억을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졸업을 하게 되면 머릿속 저장 공간에 휴지통을 비우듯이 싹 비워내야 한다. 아니 자동적으로 비워지고 리셋이 된다는 게 더 재미있다.




3월은 아이들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자기 것을 스스로 챙기고 규칙을 지키며 친숙함을 기르는 활동으로 수업을 한다. 간혹 어떤 학부모님들은 3월에 간단한 기초 활동을 하면 지난달에 멋진 작품을 만들다가 너무 간단해 보이는 놀이 활동이 진행된 것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스스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하는 단계이다. 기초 다지기라는 말을 나는 학기 초에

사용한다. 잘하던 아이들도 달라진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의 분위기에 합쳐지면 어색함이 있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솜씨도 뽐내지 못하고 숨겨 놓거나 뽐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환경에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 하나씩 순서대로 그동안 배워왔던 활동들을 이해시키듯 기초기법 놀이를

먼저 반복적으로 알려주면서 친숙해진다.


따뜻한 4월이 되면 슬슬 준비되어 있던 단계별 기초 놀이를 응용한 작품 놀이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역시 3월에 자유롭게 점토 친숙놀이를 했던 수준에서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낼 수 있게 호흡을 맞추며 활동순서에 맞게 자기 것을 챙겨가고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기 위한 창작의 씨앗을 아이들의 마음속에 심어준다.


난 이 반복되는 계절을 수없이 지나오며 봄에는 씨앗을 잘 심어 꼭꼭 눌러 땅을 잘 다져 놓으면 따뜻한 햇빛이 가득한 관심과 친구들의 분위기를 맞춰가는 바람이 만나 자연스럽게 비슷한 시기에 싹을 틔우고 꽃이 피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천천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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