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8년 동안 하다가 갑자기 프리랜서가 됐으니 마음은 너무나도 들뜨고 좋은데, 사실 이렇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잘 쓸지 참 고민이 되었다.
첫 일주일은 정말 네이버든, 리디북스에서도, 브런치에서도 매일 검색어로 프리랜서 일상, 프리랜서 장점, 프리랜서 시간 활용 등 이미 프리랜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글이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사실 어떤 일을 하냐에 따라 다른데, 나는 집에서 일을 하므로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글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아침에 일이 잘돼서 아침만 일을 하는 사람, 아침잠은 너무 많아 아침은 포기하고 오후부터 일을 하는 사람 등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따라 일을 하고 있었다.
나도 나의 신체의 리듬과 현실에 맞춰서 일을 하는 걸 찾아야 했는데, 나는 확실한 건 아침 9시 반부터 12시까지 일을 집중적으로 잘하는 사람이었고, 쌍둥이 아이들은 9시에 남편과 같이 등원을 하니 어쩔 수 없이 그때부터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는 내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자 새벽 6시쯤 일어나서 7시까지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했었는데, 2주 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때는 애들이 6시 반에서 7시 반 사이에 일어나서 내 시간을 가지지 못해 아쉽기도 했는데, 내가 집에서 일을 하게 돼서 하루 종일 내 시간이니 편하게 나도 자연스럽게 늦게 기상을 하게 됐는데, 참 웃긴 게 애들도 나처럼 7시 40분에 기상한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집이 엉망이면 괜스레 집중이 집중이 안되고 했는데 애들이 등원하고 나면 집은 정말 폭탄을 맞은 상태라 결국엔 지금 2주째 나의 생활 패턴은 :
월-화, 목은 9시부터 9시 반까지 대충 집을 정리하고, 9시 반에서 12시까지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다. (수요일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안 가 아예 일을 못하고 금요일은 아무 계획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기에)
오후 시간은 일이 더 있으면 더 하는 시간이고, 현재는 아니면 밖에서 장을 보거나 집안 청소를 하거나, 피곤하면 잠깐 낮잠도 자고 그러고 있는데 1월부터는 대학원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주로 회계, 세무 일을 하는 특성상 월말이나 1월부터 5월까지는 정말 일만 해야 하는데 그 외의 시간은 그래도 나름 여유가 있는 편이다.)
현재는 내 나름 인턴기간이라고 말을 하는 게,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스케줄을 짜서 시간 활용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100% 하루 스케줄을 내가 짜서 지내고 또 시간 계산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오히려 외부 미팅 같은 중요한 약속에 늦게 되고, 남편과의 약속도 늦고, 아이들 밥 준비조차 못한 날도 있었다.
그래서 연말까지는 그래도 나름 나 스스로에게 인턴기간을 주려고 한다.
어차피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에서 1월 1일까지 큰 명절 기간이기 때문에 이것을 핑계로 선물을 사러 많이 나갔으며, 아이들과 함께 파리 시청에 크리스마스 데코도 보러 나갔다.
* 파리 마레에 Saint-Paul역에서 바로 나오면 있는 회전목마. 추운 파리의 밤은 참 이쁘다.
그래도 나름 2주 동안 나가 책과 글을 통해 배우고, 내 스스로의 경험으로 배운 프리랜서의 생활은
1. 내 신체리듬에 맞춰서 일을 하게 됐다. -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놓자. 아프거나 피곤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침대만 보이기 시작하더라.
2. 낮잠을 잘 것이 아닌 경우 침대로 들어가지 말자 - 침대에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가니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그냥 지나가더라.
3. 목요일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자. - 목요일 오후에는 집에 청소해주시는 도우미 분이 오기 때문에 밖에 나가 있어야 하는데, 이땐 무조건 노트북을 들고나가서 글을 쓰자.
4. 점심은 이쁘게 천천히 먹자.- 아직 어린 쌍둥이들이 있는 매일 저녁이나 주말은 정말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맛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있을 땐 이쁘게 잘 차리고, 느긋하게 1시간 동안 먹자.
5. 이틀에 한 번은 나가자.- 월, 화를 연달아 안나가게 되고 집에서 4끼를 삼겹살을 먹었다. 나는 참고로 임신해서도 힘든 쌍둥이 임신 때문에 오히려 살이 빠졌었고, 아기 낳고도 많이 먹는데 살이 찌지를 않는 축복받은(?)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근데 이렇게 하니 배가 텁텁하고 살이 찌고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6. 운동을 하자 - 집에서 하는 운동 말고, 가끔은 밖에서 운동을 하자.
아직 2주밖에 경험하지 못한 프리랜서 생활이지만, 계속 바꾸면 되니까.
* 오늘은 목요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마레에 백화점에 가서 2022년 다이어리와 위클리 플래너도 샀다. 나는 앵무새를 좋아해 집에 앵무새도 있고, 여유가 되면 차차 더 입양하려고 한다.
마침 들린 백화점에 일본에서 온 2022년 앵무새 다이어리가 있어서 바로 구입
그래도 2주 동안 집에서 생활하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그래서 애기들이 밤에 가끔 깨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할 때도 항상 뭔가 마음이 불안하고, 화장실에도 메일을 확인하고 그랬는데 인제 그런 일도 없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때도 가끔 혼자 먹고 싶을 때도 어쩔 수 없이 같이 먹어야 하는 순간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온전히 내 시간이라서 행복하다. (언젠가 외롭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까...?)